지난여름, 제주도에서 '대화를 시작할 때'를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다. 강연 말미에 개리 채프먼의 '사랑의 언어 5가지'를 언급했었다. 2018년 아내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 혼인 교리 때 처음 배웠던 것이다. 당시 강사는 이것만 잘 알아도 부부 사이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했고, 나도 강연에서 이를 인용했었다. 부끄럽지만 정작 대화를 시작하지 못한 내 미래도 모른 채로.

개리 채프먼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의 사랑 주파수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상대방이 첫 번째로 중시하는 사랑의 언어를 알아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가 말한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헌신, 신체적 접촉이다.

다투기 몇 주 전, 아내도 마침 채프먼의 말을 언급하며 내게 물었다.

“당신은 이 중 뭐가 제일 중요해? 두 개만 꼽아봐.”

나는 인정하는 말과 헌신을 꼽았고, 아내는 함께하는 시간과 헌신을 꼽았다. '헌신'이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는 걸 그때 발견했다. 다만 아내에게는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한데, 내가 그동안 일에 쫓기느라 그걸 소홀히 여긴 게 잘못이었다.

갈등이나 다툼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걸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다. 갈수록 이 매듭을 푸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감정 에너지가 커지는 느낌이다. 같은 원인으로 다투는 건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다. 아내는 외박하는 동안 송이가 많이 불안해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런 다툼은 소모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