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ice

Fathers’ Note

님의 마지막 구직은 언제였나요? 구직할 때의 초조함과 불안함이 기억나시나요? 오늘 편지는 구직을 하면서 느꼈던 불안과 초조를 느꼈던 정우님이 세 아이에게 기발하고도 진심 어린 위로를 받은 이야기입니다.

어쩌다보니 구직을 하게 되었다.

1. 한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입사 후 30일, 60일, 90일 계획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발표하라고 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도 3일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데 난감한 과제였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 30일 –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배우기

* 60일 – 회사 안에서 새로운 친구 만들기

* 90일 – 사장되기 (갑자기!?)

워낙 그럴싸한 대답이어서 아이의 대답과 비슷하게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막히는 부분에서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자기 소개는 어떻게 할까?

* 여행 많이 다녀서 잘 알아요. 아들이 셋이에요 (갑자기!?). 비행기 회사도 다녀봐서 도움이 돼요. 열심히 할게요.

훌륭한 대답이었다. 이 훌륭한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 회사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 힘들었겠다.

경직되어 있는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풀린다는 느낌이 없었다면 내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초조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작은 소음에도 귀가 따가워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뺄 수가 없었다. 달리는 차가 무서워 인도 안쪽으로만 걸었다.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와 얼굴을 마주해야 했지만 정작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볼 용기는 없었다.

공감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싶은 아이에게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위로를 받다니. 힘들다는 사람에게 누가? 무엇이?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따위의 질문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했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해결책을 던졌고 내가 제시한 해결책을 수용하지 않으면 그러면 나 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싫증을 냈다. 나는 공감을 받아도 될까? 하지만 아이는 나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했고 거기에서 나는 커다란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 나에게 힘들다고 말한다면 나도 이 아이가 한 것처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평소? 평평할 평(平) 본디 소(素). 뭐야 이건 말이 안되잖아 (미안합니다 아이들에게 한자 뜻풀이를 해주는 게 습관이 되어서요).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 때. 그러게. 별거 아닌데 말이야. 평소라는 말은 얼마나 평화로운 말인가.

* 아빠, 회사 면접 볼 때 자기소개 할 거 생각 났어. 딱 두 글자면 돼.

* 뭔데?

* 잡초.

* 왜?

* 뽑아주세요.

*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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