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e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들 한다. 공식 지정된 날인가 하고 찾아보니 그런 것은 아니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이 있는 달이라 흔히들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1994년에는 UN이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면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거기에 노동절과 부처님 오신날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게 5월 황금 연휴다.

황금 연휴를 더 빛나게 만든건 날씨였다. 이번 5월은 유난히도 미세먼지가 없는 시기였던걸로 기억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 앱을 아침마다 켜보고 창문을 열고 환기할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그날의 외출 여부를 결정하곤 하는데. 이번 5월은 매일 아침 창문을 열었던 것 같다. 최근 몇년 간, ‘미세먼지만 없으면 참 살만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미세먼지가 없으니 정말 사람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쉬는 날이 많다는 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너무 좋다. 근데 이게 어린 자녀가 있는 집들은 조금은 말이 달라진다. 쉬는 날이 되면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집에만 있다보면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지치기 마련이다. 결국 ‘어차피 힘들고 지칠거 나가자’가 되는 것이다. 지면을 통해 올해 우리 가족의 황금연휴 일정을 리뷰해본다.

5/1(목) 오후 1시 @남양주
처가 식구들과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기념해 식사를 했다. 장인, 장모님과 처남네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만큼, 따뜻한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카와 우리 아이들까지 아이 셋이 모이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5/2(금) @집
휴일 사이에 낀 날이지만 임시공휴일 지정이 되지 않은 날. 여느때와 다름없는 날을 보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나 할까.

5/3(토) 오후 12시~6시 @도봉구청 앞
집 근처에서 어린이날을 기념해 큰 행사를 연다고 하는 날이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300미터 가량 막는 큰 규모였다.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흩뿌렸지만 행사가 취소될 정도는 아니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간이 무대에서는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었고 이벤트 부스, 먹거리 부스에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거기에 놀이기구들까지 설치된 덕에 그야말로 어린이날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이서는 빗속에서도 1시간동안 앉아서 뮤지컬을 재미있고 보았고 기차도 타고 이벤트로 진행되던 브레이크 댄스 무대에도 올라 춤을 추고 내려왔다. 

5/4(일) 오후 12시~4시 @용산 어린이 정원
자주 가는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찾아갔다. 그동안 봤던 중에 가장 사람이 많은 날이었던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 춥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긴 했지만 현장에서 진행된 마술 공연도 보고 푸드 트럭에서 파는 회오리 감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5/5(월) 오후 2시~5시 @남양주 이석영도서관
처가집 근처이자 예전에 살던 남양주는 도서관이 잘 되어 있는데, 어린이날 행사를 연다고 해서 찾아갔다. 추억의 놀이라고 하면서 제기차기나 투호, 팽이 체험 같은 것들을 할 수 있었고 간식도 나눠주고 있었다.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이 진행되기도 하고 고등학생들과 갓 성인이 된 친구들이 밴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라이브 공연을 봐서 좋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베이스니, 기타니, 드럼 같은 것들을 연주하는 것을 보니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괜히 대견하기도 하고 음악을 들려줘서 고맙다는 생각까지. 우리 아이도 조금 더 크면 악기 하나쯤은 하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아이가 음악을 하겠다고 하면 난 뭐라고 해줄까? 음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까지 하다보니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5/6(화)~5/8(목) @속초
드디어 대망의 황금연휴 마지막 일정.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 아내는 육아휴직중이다보니 가급적 여행은 평일에 가려고 한다. 특히 연휴 직후 평일은 어딜 가든 사람이 적어 다니기 수월하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우리 부부에게는 딱 맞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울산바위뷰로 유명한 곳인데 해당 방에 체크인을 하려면 아침 8시부터 배부하는 번호표를 받고, 12시에 방 배정을 받고 오후에 체크인을 하는 순서다.

집에서 숙소까지는 2시간 거리에 있으니 새벽 6시에는 출발해야 하지만 연휴 직후 평일인걸 감안해 7시쯤 출발했다. 9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했고 7번 번호표를 받았다. 울산바위뷰를 받기에는 충분한 숫자. 영랑호가 보이는 스타벅스에 들러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방 배정을 받았다. 둘째날은 속초 시립박물관 그리고 숙소에 있는 물놀이 시설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은 집에 오는 길에 유명한 닭갈비집도 들렸다. 첫날 새벽부터 시작한 2박 3일 간의 속초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우리의 연휴 일정이 모두 끝났다. 

어머니 칠순이 코앞이라 우리 부모님과의 어버이날 식사는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카네이션과 용돈만 보내드렸다. 만약 우리 부모님과의 식사까지 소화하려고 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양해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다. 

연휴 이후, 후유증이 꽤 컸다. 일주일 넘는 기간 동안 여이은 외출과 여행 강행군으로 나와 아내는 체력이 바닥 났고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사실 5월말인 최근까지도 주말마다 매일 외출을 했고 레터를 보내는 이번 주가 되어서야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5월의 분주함 속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가족을 위한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이다. 연이은 외출로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의 웃음 한 번, 가족과 함께한 소소한 추억 한 조각이 우리를 다시 일상으로 이끌어준다.

올해 5월도 그렇게 지나갔다. 매일 아침 창문을 활짝 열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던 순간, 아이와 손잡고 걷던 공원길, 가족들과 나눴던 따뜻한 식사, 그리고 여행지에서 맞이한 새로운 풍경들. 모두가 모여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완벽한 여행도, 완벽한 하루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황하고, 피곤에 지쳐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아이가 자라 언젠가 이 날들을 기억할 때, 분명히 가장 또렷하게 남는 건 함께 웃고, 함께 걸었던 그 따뜻한 시간들일 것이다.

5월은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함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주는 달이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배우자로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임을 느끼게 해준다. 내년 5월이 오면 또 어떤 추억이 쌓일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또다시 바쁘게, 그리고 행복하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지나고 나면 힘들었던 기억도, 고단했던 하루도 모두 미소로 남는다. 가족이란, 그렇게 서로를 위해 애쓰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리고 그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가족을 더욱 단단히 지탱해 주는 건 아닐까. 올해도, 내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5월이 오면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탄탄하고 견고하게 쌓아가리라 다짐해본다.

Fathers’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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