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e

2021년 7월 27일 새벽 3시.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아이 이서가 태어났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시작에는 이서의 탄생이 있었다. 그리고 3년 뒤 우리 부부에게 두 번째 아이 이솔이가 왔다. 2024년 10월 17일 오후 2시 12분. 출산 당시 둘째의 몸무게는 3.18kg. 2.965kg였던 형보다 조금 더 크게 나왔다. 

첫 아이를 낳을 때 아내는 거의 고생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며 ‘직접 낳지 않았다고 그렇게 출산을 쉽게 얘기하지 말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아내의 의견이 그렇다. 3년 전, 첫 아이 유도분만을 위해 출산 하루 전날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에서 대기하며 무통 주사를 맞았고 진통이 오는지도 모르게 아내는 분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분이나 흘렀을까 바로 아이를 출산한 아내는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며 ‘거의 통증이 없었다’며, ‘생리통보다도 덜 아팠다’고 말한다. 

첫째 때와는 다른 산부인과를 다녔다. 첫째를 잘 받아준 대학병원에 다시 가려 했지만, 의정 갈등 탓에 마취주사를 놔줄 전공의가 없다고 했다. 아내가 첫째를 쉽게 나은 건 다 무통 주사 덕분이었다. 무통 없는 자연분만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결국, 아내가 친구에게 소개받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개인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정기 검진에서 초음파를 볼 때마다 화면으로 보이는 뱃속 아이를 눈앞에 있는 아이처럼 대하며 말을 건네주시곤 했다. 출산도 잘 해주시리라는 믿음이 들었다. 

아내는 이번 출산이 첫째 때보다 더 긴장된다고 했다. 이번에도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으려는데 첫째 때는 진통이 오기 전 유도분만을 잡아서 낳은 터라 자연 진통이 언제 어떻게 오는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아이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됐다. 직장인이라면 회사에 있다가 언제든 사정을 말하고 조퇴라도 하면 될 텐데 프리랜서인 나는 지방 강의라도 가 있는데 아이가 나오면 출산을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예정일보다 조금 일찍 진통이 오는 것 같다고 해서 한 달 전쯤에 미리 잡아두었던 지방 강의를 취소하고 유도분만 일자를 잡았다.

유도분만 입원 당일, 새벽부터 입원 채비를 하느라 아내와 나 둘 다 비몽 사몽간에 오전 시간을 보냈다. 분만 유도제를 맞는 데 좀처럼 소식이 없었다. 새벽 6시에 입원해 정오가 되었는데도 아이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고 해 침대에 누워있던 아내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병실을 오가며 걸었다. 아내는 30분 정도 움직였다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진통이 시작되었다. 아내의 침대 옆 이름 모를 기계에는 숫자가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고 숫자가 변할수록 아내의 호흡도 거칠어 졌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숫자가 커질수록 아내의 숨소리도 가빠지고 통증도 심해지는 것 같았다. 아내가 그렇게 아파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를 돕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했다. 분명 첫째 때는 무통주사 때문에 일말의 비명도 없이 진통도 느끼지 못했던 아내였다. 무통주사가 놓이지 않은 걸까?

“선생님, 무통주사 좀 놔주세요!”

“이미 맞고 있어요. 조금 더 기다리셨다가 통증이 계속되면 조금 더 놔드릴게요.”

이미 무통주사를 맞고 있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간호사들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무통 주사가 안 먹는 산모가 있다더니 그게 아내의 경우일 줄이야. (나중에 아내와 이때를 떠올리며 아마 첫째 때 대학병원에서 놔준 진통제와 다른 브랜드의 무통주사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어쨌든 무통 주사를 한 번 더 맞고도 통증이 경감되지 않던 아내는 1시간 가까이 진통을 이어나갔다.

“아빠는 이제 나가 계세요.”

출산이 임박해 보였다. 출산준비를 위한 걸로 보이는 몇몇 기기와 장비들이 병실로 들어왔다. 나는 병실 밖으로 나가 머리와 몸에 푸르스름한 색의 일회용 방호복 같은 옷을 착용했다. 첫째를 만나기 전에 입었던 것과 비슷한 옷이었다. 첫째 때는 휴대폰을 챙기는 걸 깜빡했다가 간호사 선생님께서 ‘휴대폰 챙기셨나’고 물어봐 주셔서 그제야 부랴부랴 챙겼지만, 이번에는 잊지 않았다. 간호사 4~5명 아내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를 봐주던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병실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의료진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이제 들어오세요!”

바로 병실로 들어가 누워있는 아내의 얼굴 옆쪽으로 섰다. 여전히 아내는 진통 중이었고 의료진은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예의 다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이를 받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의 손에 아이가 들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둘째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아내와 연결되었던 탯줄을 내 손으로 직접 잘랐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 앞에서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 숫자를 헤아려 주셨다. 아직 핏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이. 

그 아이가 벌써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다. 아내도 아이도 모두 건강하다. 신생아를 키우는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잠이 부족한 상황이고 나는 대상포진까지 걸려 약을 먹고 있다. 체력적인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다 괜찮다. 첫째를 한번 키워봐서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다양한 이슈에 ‘그러려니’하는 마음이 들어서인 것 같다. 오히려 둘째가 이서 나이쯤 되면 어떤 얼굴을, 어떤 목소리를,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둘째를 낳기 전 아내와 공통의 의문을 가졌다. 우리가 첫째에 줬던 만큼의 사랑을 둘째에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우리가 또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혹여나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 사랑을 덜 주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그 의문과 고민이 얼마나 부질없고 쓸데없는 것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는 그 자체로 사랑이다. 우리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게 크고 있다. ‘아이’라는 존재가 가진 에너지와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가진 사랑스러움과 존재감은 우리가 이 존재에게 애정을 쏟을 수 있을까라는 부모의 의구심을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마치 말도 안 된다 핑거스냅처럼.

이제 우리 부부가 할 일은 두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이다. 육아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이제는 그 역동성과 즐거움이 2배가 되었으니 내 남은 삶이 얼마나 행복한 날들로 채워질지 기대된다.

• 육아휴직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조례
• 주말, 야간에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소아 야간 및 휴일 1차 의료기관 지원에 관한 조례
• 유아차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는, 공중이용시설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
• 키즈 카페 대신 저렴하고 날씨 걱정없는 놀이터가 생기는, 공공형 실내 놀이터 조례
• 비싼 산후 조리원 대신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 및 운영 조례
  
  

Fathers’ Update

지난 레터(111화 아내랑 또 다퉜다)에 보내주신 답장을 소개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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