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e

뜨거웠던 여름이 한풀 꺾인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님은 이번 여름 잘 버텨내셨나요? 시즌2를 예고하는 편지에 남겨주신 여러분의 코멘트를 보며 감동도 받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매주 글을 발행해야 하는 고행(?)이 기다리고 있지만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힘을 내봅니다. ^^

시즌2 첫 편지는 37개월(벌써!!) 이서 아빠가 보냅니다. 아내와 이서 이렇게 세 가족이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시즌1이 끝나고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이서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 시즌1을 마친지 5개월. 매일 밤 아이를 괴롭히던 콧물과의 사투를 그린 나의 마지막 레터 <육아의 봄>을 쓴 건 벌써 8개월 전이다. 그 사이 계절은 2번이 바뀌어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에 와있다.

그 사이 아이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키가 조금 자라 100cm가 넘었다. 구사할 수 있는 단어가 늘었고, 여기저기서 어른들의 말을 배워와 아내와 내 앞에서 떠들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영어 단어도 꽤 많이 구사할 줄 알아서 과일이나 자동차의 종류, 숫자 따위는 영어로도 말하곤 한다. 1주일에 한 번 이마트 문화센터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몇 가지 영어책을 읽어준 보람이 생겨났다.

수영 실력도 제법 늘었다. 비록 맨몸으로는 무리지만 암링자켓*이나 구명조끼를 입혀두면 물속에서 혼자 떠서 제법 자유자재의 움직임을 구사한다. 혹여나 걱정돼서 손으로 잡아줄라치면 ‘만지지 마!’라면서 자기 혼자 물놀이를 즐긴다. 지독히 더웠지만 그렇기에 수영하기에 더 좋았던 여름에는 매월 한 번씩은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물놀이를 더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 암링자켓 : 아이의 몸통과 팔에 끼워 물에 뜰 수 있게 해주는 수영 보조기구)

이서가 태어나서 한 번도 자르지 않던 머리도 30개월이 다 되어서야 처음 잘랐다. 의외로 긴 머리가 잘 어울려서 최근까지 계속 길러주었다. 종종 딸이냐고 묻는 질문을 받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여름이 다가오니 아이가 더워하기도 했고, 밤마다 목욕 후에 머리를 말려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린이 전문 미용실을 찾았다. 낯선 공간에서 머리를 안 자르겠다고 떼를 쓰는 이서를 품에 안고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미용실 사장님 재빠른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아이의 긴 머리를 잘라주셨다. 다행히 이서도 짧은 머리에 금세 적응했고 지금은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롯데월드 자유이용권도 구매했다. 아이가 만 3세가 넘으면 가격이 조금 올라가기에 세 돌이 되는 생일 직전에 구매했다. 이서는 작년 여름에 본 삼바 공연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집에서도 삼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거나 삼바 공연 영상을 틀어달라고 하기 일쑤였다. 올해도 자유이용권을 구매하고는 삼바 퍼레이드만 3~4번은 보러 왔다. 2시간쯤 일찍 도착해서 미니 기차처럼 줄이 짧은 놀이기구를 하나 타고는 퍼레이드를 보기 좋은 자리 근처로 간다. 미리 준비해 온 음식(주로 유부초밥과 김밥, 과일)을 먹고 퍼레이드 시간이 되길 기다린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미리 맡아둔 자리에 아이를 앉힌다. 잠시 후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현란한 의상을 입은, 때로는 헐벗은 남녀 브라질 무용수들이 화려한 춤을 선보이며 지나간다. 이때는 지나가는 무용수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손을 흔들고 이서가 그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도록 아이의 손을 잡아 내미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올여름에만 벌써 몇 번을 방문했으니 이미 본전은 뽑은 것만 같다.

레터를 쓰지 않는  기간은 아이와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조금 소홀했다. 대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평일 오후에 아이를 봐주시는 장모님의 표현에 따르면 이서는 요즘 ‘언어가 폭발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기가 들은 표현은 꼭 입으로 표현한다. 특히나 광고 CM을 따라 하곤 하는데, 얼마 전에 본 라면 광고를 보더니 시도 때도 없이 ‘비 오는 날엔 라면이지'라고 해댄다. 아이가 수시로 나와 아내의 웃음 버튼을 눌러준다.

아이가 빠르게 커갈수록 묘한 감정이 든다. 어느 날엔가는 아내와 마주 앉아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울어버렸다. 아이가 커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였다. 지금 이렇게 귀엽고 이쁜 아이가 성장하는 게 오감으로 느껴질 정도다. 마치 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커버리는 느낌이 들 정도다. 조금 전 함께 있던 아이가 사라져 버리는 느낌도 들었다.

이서에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셋이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딱 두 달 남았다. 그러니까 이제 10월 말이 되면 우리 가족은 셋에서 넷이 된다. 둘째가 태어나면 예상 못 한 다이나믹함이 물밀듯 밀려오겠지.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셋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끽하려 한다. 우리 부부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첫째에게 최대한 몰아주려 한다.

사랑은 흘러내리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이서에게 흘려보낸 사랑이 넘치면 이서도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동생에게 흘려보내 줄 거라 믿는다. 남은 두 달, 이서에게 부단히 사랑을 부어주련다.

Fathers’ Update

지난 주에 보내드린 시즌 2 티저 레터(님, 잘 지내셨나요?😎)를 읽고 구독자께서 보내주신 답장을 소개할게요.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특별히 나쁜 소식도, 특별히 좋은 소식도 없이 그저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것처럼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주셔서(물론 그 짧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많이 자랐겠지만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그저 반가움을 전하고 싶어 구글 독스를 남깁니다.(짓는애)

💬 아이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다시 돌아오셔서 반갑고 좋네요 ㅎㅎ 처음 발행 시작하셨을 때가 제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었을 때였는데,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를 갈 나이여서.. 정말 빨리 큰다는 생각이 드네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분들의 아이들도 또 얼마나 많이 자라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임호열)

💬 와 다시 돌아온다니 너무 반가워요!!! 저도 육아일기에 소홀했었는데 덕분에 기록하고 싶네요. (만끽)

💬 "어쩌면 매일 자라는 아이들을 기록하는 육아 일기만큼 새로운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지 말미의 해당 문구를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당... 이 일기의 주인공인 아가들이 부러워져요 ㅠ.ㅠ (스텔라)

💬 변화에 실망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다섯분이 그대로 가기로 하셨다는 것에 놀라웠고 반갑습니다. (-)

💬 아빠의 시선에서 인생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게된다는 소식에 반가웠습니다. 벌써부터 9월이 기다려지네요. (정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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