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e

Q. 출간 계약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A. 레터를 보낸지 한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어요. 미디어창비에서 손현님의 인스타 계정을 통해 연락을 주셨어요. 얼마 뒤 출판사와 함께 미팅을 진행하고 계약을 확정 지었죠. 돌아보니 계약부터 출간까지 딱 1년이 걸린 셈이네요. 

Q. 책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A. 미디어창비에서는 그 간 발행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초반 몇개의 글을 보시고 책을 기획해주셨어요. 저희는 5명이 매주 돌아가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사전에 어떤 주제를 쓰겠다고 상의하지는 않아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으니 글을 따로 논의할 시간까지는 가지기 어렵더라고요. 다만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는 5주의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경험한 다양한 일상이 각자의 소재가 되죠. 

그 소재를 책으로 엮을 수 있는 기획을 해주시는 건 출판사의 역할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해주실 수 있는 목차를 짜주셨어요. 저희가 레터를 시작한 지 두달이 될 즈음 출간 계약을 했는데요. 그러다보니 출판사에서도 계속 원고를 기다려주셔야 했어요. 보통 책을 쓸 때는 이미 만들어진 원고를 묶어서 내거나, 특정 기획을 토대로 원고를 쓰곤 하는데요. 앞서 말씀 드린 이유로 편집자님은 그저 저희가 글을 충분히 써낼 때까지 기다려주셔야 했죠. 어느 정도 글이 많이 발행된 시점에 기획이 완료되었죠. 

그러다보니 계약부터 출간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되었어요.

Q. 책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요?

A.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라는 저희 레터 이름을 지을 때만큼, 어쩌면 그 보다 더 치열한 논의가 오갔어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사실 저희 멤버들이 원하는 제목은 아니었어요. ‘서점에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라는 제목의 책이 놓여져 있으면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라는 고민이 있었죠. 

출판사에서는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제목을 제안주셨어요. 첫번째는 뉴스레터명을 그대로 쓰는 것이었어요. 두번째는 아빠, 육아휴직 등의 최근 뜨거운 이슈를 살리자는 것이였고요. 마지막은 에세이 제목스럽게 가는 방향이었어요. 

저희 책은 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에세이에 속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에세이 제목은 책 속의 문장에서 따 오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저희도 그랬죠. 책 중간 중간에는 원고에 있는 문장들을 길어다가 부각시켜두기도 했는데요. 막상 제목으로 쓰자니 여러가지 요소를 고민해야 했어요. 

그 중 하나는 규성님이 쓴 표현인 ‘고마워, 나의 작은 어른' 이기도 합니다. 이 표현은 아이를 향한 애정과 존중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아이를 ‘작은 어른'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죠. 조금 아쉽긴 했지만 출판계에서는 작은 표현 하나가 큰 이슈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탓에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저희의 레터 제목인 ‘썬데이 파더스 클럽'으로 확정되었어요. 우리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보니 애정은 있었지만 책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조금 자신이 없기도 했죠. 하지만 출판사에서도 힘을 실어주셨고 멤버들의 지인들도 ‘꽤 괜찮은 이름이다'라고 힘을 보태주셨어요. 

뭐.. 책 제목을 잘 지었는지 아닌지는 님의 선택에 달렸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Q. 책 표지는 어떻게 정해졌나요?

A. 책 제목이 정해지고 나서 출판사 디자이너 분께서 몇가지 디자인 안을 공유해주셨어요. 책 디자인은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으로 구분됩니다. 책 중간에는 달리기 트랙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원고를 읽은 책 디자이너분께서 저희의 육아 이야기가 마치 긴 거리의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셨다고 해요.

책 제목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고 나서는 책 제목을 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3가지 유형의 책 표지 시안이 나왔어요. 1안은 크레용으로 아이가 그린 낙서가 들어간 시안이었어요. 디자이너분의 10살 아이가 실제로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이었죠. 공룡 가면을 쓴 아빠를 그려보라고 했다고 해요. 마치 예쁜 그림책 표지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었어요. 2안은 양육자도 아이도 식물처럼, 사랑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의미를 담아 도형과 달리기 트랙이 섞인 시안이었어요. 요즘의 트렌드하고 심플한 에세이 표지의 느낌어었죠. 3안은 초록색 원 안에 책 제목이 타이포그래피(활자 서체의 배열) 형태로 들어간 시안이었어요. 초록색 원은 ‘알'을 뜻하기도 하고 ‘행성'을 뜻하기도 하는데요. ‘알'은 육아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기도 하고, 육아라는 새로운 ‘행성’을 만났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결국 최종 표지는 3안으로 결정되었어요. 다른 안들도 너무 좋았지만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띄고 저희 글과 가장 결이 잘 맞는 표지라 생각했어요. 

+) 1안의 크레용 버전은 어쩌면 서점에서 만나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Q. 책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A. 북토크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어딘가와 인터뷰를 하게될 것도 같아요. 하지만 저희 다섯 아빠들은 늘 그렇듯 계획이 없습니다. (ㅎㅎㅎ)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운영하면서 항상 똑같았어요. 책도, MBC뉴스데스크 출연도, EBS 다큐프라임 출연도, 무언가를 계획했다기 보다는 주어지는 기회들 중에서 저희의 환경과 조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을 뿐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억지로 책을 홍보하고 알리기 보다는 우리가 1년간 써온 글을 발견해주고 발굴해주는 분들이 주시는 기회를 잘 잡으려고 해요. 저희에게는 책도 소중하지만 당장 오늘을 함께 해나갈 아이와 가족이 있으니까요. 책이 나왔다고 일상이 대단히 달라지거나, 가족에 소홀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도 책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신 님처럼, 누군가 저희의 책을 읽고 ‘아, 서툴지만 육아에 진심인 아빠들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그리하여 아이에게 조금 더 시간을 내어주는 아빠와 양육자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결국 우리의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감도 조금 더 커질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1년간 저희와 함께해주신 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희의 책이 님과 님의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공감을 전했으면 합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주에 평소와 같은 레터로 찾아올게요.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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