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2025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설 연휴가 코앞이에요. 다들 연휴 계획은 세우셨나요?

명절을 맞아 이번에는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특별한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작년 12월, 송이 아빠 현 님이 육아일기를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그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팀을 직접 인터뷰했어요. 이들은 어쩌다 육아일기를 같이 쓰고 전시까지 열게 됐을까요? (분량상 인터뷰 일부를 재편집했습니다. 전문은 여기서도 읽으실 수 있어요.)

2월은 1월보다 더 평화롭고 무탈하길 바랄게요.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에스더: 부모가 된 이상,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관계에서 비롯한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겪었던 적이 있어요. 그렇다고 내가 아이에게 지금 내 마음대로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죽을 때까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차라리 그 간극을 줄이는 게 스스로를 살리는 방법이겠다 싶어 육아일기를 꾸준히 쓰던 기억이 나요. 제가 서진이에게 늘 말하고 바라는 것처럼,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 거죠. 짜증 내지 않고,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져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해보는 사람이요.

란: 육아일기를 꾸준히, 같이 쓰고 읽으면서 스스로의 변화를 실감해요. 현재의 나는 양육자가 되기 전의 나보다 훨씬 다정하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감히 표현해 봅니다. 지난 4월, (종교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제게는 큰 변화라서 그걸 용기 내어 일기로 썼는데 당시 멤버들께서 '이달의 일기'로 꼽아주셨어요.

찬미: 육아를 하게 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더 성숙해졌어요. 여러모로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에요. 예전에 쓴 일기에 이런 구절이 떠올라요. “우리는 서로 다른 부분을 맞춰 줄 힘이 없을 때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니 잘 맞춰나갈 방법과 이를 평생 지속할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에 애써보자. 전 인류가 각기 다른 모양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잖은가. 그러니 또 새로운 우리의 다름을 발견하게 되어도 놀랄 것 없다.”

란: 서진이는 장점이 많은 아이예요. 오프라인 공동육아에 매번 참석하면서 관찰한 건데, 늘 다른 아이들을 섬세하게 챙겨줘요. 기억력이 좋아서 같이 이야기하는 재미도 있고요. 이처럼 서로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채로운 덕분에 새로운 장점을 발견하게 돼요. 자칫 부모 관점에만 갇힐 수 있잖아요. 공동육아를 하면서 느낀 의외의 효용이에요.

란: 거의 매달 오프라인에서 꾸준히 공동육아 모임을 했어요. 경기도 퇴촌에 있는 세컨하우스인 버터잼하우스에서 만나기도 했고, 영종도에서는 1989년생들이 우르르 만나기도 했죠.

다혜: 그즈음 에스더 님이 자신의 인생 변곡점을 다룬 온라인 강연을 들으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던 기억이 나요. 일과 양육을 병행하며 어떻게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찾아가는지를 들려주셨는데 ‘세상에 저렇게 멋있게 살았어? 역경을 저렇게 막 극복했어?’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에스더 님을 만나고 싶어서 영종도까지 무리해서 갔어요. 그 후로 마음의 장벽이 낮아져서 일기도 적극적으로 쓰게 됐어요.

란: 예전에 현 님이 송이 데리고 퇴촌 왔을 때 강강술래도 했잖아요. 일로 만난 사이라면, 어떻게 강강술래를 했겠어요.

란: 기존의 양육자 커뮤니티 중 제 마음에 드는 곳이 없기도 했어요. 소위 ‘맘카페’로 불리는 곳에는 지금도 ‘핫딜’과 ‘공구’로 가득하잖아요. 저도 가끔 그런 곳에서 고등어나 과일을 사지만, 육아 커뮤니티를 비즈니스로만 접근하면 언제든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찬미: 육아인의 삶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미디어에서 다루는 육아는 극단적으로 묘사되거나 특정 단면을 확대 해석하여 자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전시가 더욱 귀하다고 생각해요.

다혜: 저는 육아를 너무 성스럽게 대하거나, 반대로 우울하게만 그리는 걸 피하고 싶어요. 육아를 인생에서 경험하는 여러 챌린지 중 하나로 보면 어떨까요? 거대하고 재미있는 챌린지로요. 사람들이 이 챌린지를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어떻게 즐기고,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지 봐주시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에스더: 그동안 삶의 변곡점들을 지나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요. 뭔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오직 응원뿐이라는 사실이에요. 응원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더라고요. 가령 누군가 어떤 사업을 시작하려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제가 보기에 그 사업이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도, 뭔가 하고 싶다며 반짝이는 눈을 보이면 일단 응원해 줄 것 같아요. 결과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될 거예요. 육아일기도 그런 역할을 해요. 육아를 전담하든, 육아와 일을 병행하든, 내 인생을 나답게 잘 살아갈 수 있게 응원하는 장치인 거죠.

💬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항상 20~30점 맞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습니다. 한글을 몰랐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교회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대표로 시편 열몇장을 외워서 발표했던 기억도 있고요.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지금도 암기는 어렵지만 성취감을 느끼는 행동이죠. 19개월 된 딸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구체적인 교육 플랜은 없지만 아이가 무엇을 배울 때 거부감이 안들도록 같이 공부하고 소통하려는 생각은 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로파파)

💬 저속노화에 이어 저속육아! 정말 좋은 생각인 거 같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은행나무도 각자 색이 짙어지는 시기가 다 다르고, 빠르게 단풍이 들면 또 빠르게 지더라고요. 각자 타고난 속도에 맞게 가도 얼마든지 괜찮을 텐데, 닦달하기 쉬운 기준인 '나이'부터 잊고 살아야겠다 다시 다짐하게 되었어요. 제가 아는 한 작가님은 아이의 상상력을 최대한 키워주기 위해 부러 초등학교 가기까지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해요. 그리고 어느덧 지금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는데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는 아이대로 즐겁게 쑥쑥 크고 있다고 믿습니다. (봄의로망)

💬 '6세면 다 키우셨네요.'라고 말한 내가 무지했고 경솔했다는 말이 정말 와 닿아요. 저도 그랬고, 계속 그 범주가 올라가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어디 선가 봤는데, 육아의 끝을 '영면'이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끝이 없다는걸 실감하는 중입니다. (아이둘남매맘)

💬 올해 6살이 되는 아이가 엄마는 몇 살이냐고 물어서 그냥 많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엄마는 백만살이네!! (본인이 아는 가장 큰 숫자) 하며 웃었던 일도 떠올랐네요:)
저놈이 언제 커서 나랑 맥주 한잔을 하려나, 싶다가도- 그만큼 아이가 자라면 나는 호호할머니가 되겠지, 그 사실이 서글퍼 ‘저속노화 실천법’에 막 탑승하려던 중이었어요. 자기 속도로 열심히 성장하는 것은 아이의 일이고, 느리게 나이 드는 것은 부모의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채소 식단과 마스크팩이나 열심히 챙겨봅니다. (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