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e

‘갑자기 추워진 요즘입니다.’라며 5주 전에 건넨 인사가 무색하리만큼 진짜 추위가 찾아온 요즘입니다. 님에게 겨울은 어떤 계절인가요? 추위는 이겨내실만한가요? 28개월 이서 아빠의 최애 계절은 겨울이었다고 하는데요. 아이를 낳은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인지 들어볼까요?

+) 미리 말씀드린대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100화 발송을 마지막으로 시즌1을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다만 시즌 1을 마무리 하기 전에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중입니다. 100화 발송을 하기 전에 중간 중간 프로젝트와 관련된 특별 레터를 보내드리려고 해요. 다음주에는 기존의 레터가 아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첫번째 특별 레터를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기대해주세요 :)

몇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서가 또 잠에서 깼다. 코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기침을 한다. 다시 잠드는가 하더니 다시 기침이 이어지고 울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으아아아앙'하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옆에서 잠들어 있던 나도 눈을 뜬다. 벗어둔 안경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다는 걸 직감할 수 있다.

‘안아, 안아' 우는 아이를 품에 안아 달랜다. ‘일어나, 일어나' 내가 앉아 있건 서 있건 품에 안고 있는건 같은데 아이는 꼭 나를 일으켜 세우고 만다. 16kg에 달하는 아이를 안고 어둠 속에서 거실과 안방과 주방을 헤맨다. 아이는 울기도 하고 막히는 코로 그르렁 소리를 내며 답답한 숨을 쉬다가 이내 다시 잠든다. 

이제 괜찮으려나 하고 아이를 커다란 코끼리 인형 위로 눕힌다. 조금이라도 숨 쉬기 편하라고 아이 만큼이나 큰 인형 위에 아이의 상체를 올려 비스듬히 눕힌다. 이제 조금 잠들었나 싶을 때 나도 함께 쓰러져 잠든다. 얼마나 됐을까, 이내 다시 들리고야 마는 아이의 울음소리. 다시 눈을 뜨고 아이를 어깨에 기대 안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하룻밤 새에 몇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아이를 연신 안아대는 통에 어깨는 물론 등까지 통증이 느껴졌다. 어깨와 등의 통증보다 힘든건 부족한 잠이었다. 며칠간 아이가 새벽마다 깨어나니 내 정신이 아닌 느낌이었다. 비몽사몽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뭐랄까, 누군가 지금 나에게 ‘잠자고 싶다면 재산의 50%를 내어놓으라'고 해도 그러겠다고 할 판이다. 그때였다. 나도 모르게 애꿎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이서야 제발 아빠 좀 살려줘’

아이가 자꾸 깨는 건 콧물 때문이다. 겨울이 되니 여러가지 이유로 콧물을 달고 산다. 그러다가 잠에 들면 자연스레 코 안쪽에 있는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유발한다. 목으로 넘어간 콧물을 가래 뱉듯이 뱉으면 좋으려만 아직 아이에게 그럴 재간이 없다. 그저 기침을 하고 운이 좋으면 기침을 하다가 가래가 나올 뿐이다. 종종 기침을 하다가 게워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내와 함께 새벽에 난리를 치룬다. 분비물이 묻은 아이의 옷을 갈아 입히고 요와 이불을 교체한다. 더러워진 아이의 옷과 요, 이불은 닦아내고 바로 세탁을 한다. 

콧물이라는게 생기지 않도록 애초에 관리하면 참 좋을텐데 이게 쉽지가 않다. 소아과에서 받아 온 약을 며칠을 먹였지만 통 약이 듣질 않는다. 아니 약이 들어서 가래가 녹는 듯 하지만 그게 또 목으로 넘어가면서 기침이 생긴다. 

이쯤 되면 집안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통상적으로 겨울이 되면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보일러를 켜야 하고 자연스레 집은 건조해진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어디든 습도 유지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가습기를 사용한다. 가습기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초음파식’은 통에 담긴 물에 초음파를 활용해 진동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한다. ‘기화식'은 큰 필터에 적셔진 물을 빠르게 바람을 불어 배출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마지막 ‘가열식'은 말그대로 밥솥처럼 물을 끓여 수증기가 발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각자의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집집마다 사용하는 제품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 집엔 이 세가지 유형의 제품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초음파식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다가 조금 더 돈을 들여 용량이 큰 기화식 제품을 구매했지만 이 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 가열식까지 구매한 것이다. 겨울을 이겨내며 우리 부부가 습도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각 방식별로 좋다고 하는 제품을 사서 아이 곁에 틀어두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콧물은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 아이에게 ‘살려달라'고 했지만 정작 힘든 건 아이다. 기침을 많이 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성인들도 있을 만큼 잦은 기침은 위험하다. 혹시나 우리 아이도 기침을 하다가 어디 한 곳이 불편해 지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새벽에 어깨에 기대어 우는 아이는 좀처럼 숨이 돌아오지 않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기침 때문에 힘들어'라면서 우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안아주는 일 뿐이다.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난 뒤에는 조금 달라졌다. 매섭고 추운 겨울 보다는 아이와 편히 지낼 수 있는 따뜻한 계절을 좋아하게 됐다. 12월이 되었음에도 이상 기후 때문인지 추위가 꽤 늦게 찾아왔다. 추위가 늦게 찾아오는 이 시절이 걱정되면서도 조금은 다행이다 싶다. 다행히 엊그제부터 아이의 콧물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콧물의 역습이 찾아올 지 모르는 일이다. 아무쪼록 아이도 나도 이 겨울을 잘 이겨내고 따뜻하고 찬란한 육아의 봄을 맞이할 수 있길, 겨울의 입구에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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