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Note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통화하는 건 처음이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학부모 상담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지난 학기를 보낸 아이들이 가정과 원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더욱 균형 있게 자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부모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예요. 먼저 궁금하신 게 있을까요?”

당시 송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막 지났다. 나도 학부모가 된 지 겨우 한 달이 됐다는 의미다. 아직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딱히 궁금한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질문들이 송이의 감출 수 없는 콧물처럼 흘러나왔다. 학부모로서 뭘 물어야 하는지도 몰라 평소 생각하던 걸 여쭤봤다. 언니, 오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반에서 누구랑 가장 친한지, 밥은 본인 양껏 제대로 먹는지, 낮잠은 어떻게 자고 있는지, 양치질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

선생님은 내 질문에 꼼꼼히 대답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였다. “아버님, 송이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정도면 사회성도 좋고 어린이집 적응도 빨리 마친 편이에요. 대신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도 있어요.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셔야 해요. 처음에는 어색해하실 수 있지만, 손뼉도 치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칭찬해주세요.”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송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아빠가 칭찬 많이 해줄게. 송이가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면서?” 온전히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표정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요즘 나는 오전 9시 30분쯤 송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 3시 30분에 데리고 나온다. 송이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도 잔다. 하원 무렵 나를 보면 늘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 나오는 아이. 매일 헤어지고 매일 다시 만나는 데도 아빠가 반가운 모양이다. 그동안 하원 후 동네를 산책하거나 놀이터에서 놀다가 귀가했는데, 그새 날이 너무 추워져서 며칠은 곧장 집으로 왔다. 막상 집에 온 뒤에는 송이 얼굴을 유심히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주로 집안일을 하거나 저녁 준비를 하느라 아이 행동이나 표정을 세세히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부엌에 서서 고무장갑만 끼려고 하면 송이는 심통을 부리거나 울음을 터뜨렸고, 내 손을 잡고 본인이 놀고 싶은 장난감 앞으로 이끌었다.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거나 그런 마음을 뜻한다. ‘돌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행위다. 즉, 누군가를 제대로 돌보려면 관심이 필수. 선생님과의 통화 덕분에 아빠이자 주양육자로서 반성하게 됐다. 내가 송이에게 무심했구나. 관심을 더 갖고 표현했어야 했는데.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며 유행어처럼 쓰이는 ‘관종’이란 말도 다시 보였다. 생각을 고쳐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나 기업들이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하는 시대가 아닌가. “Attention is what I want”라고 말하는 뉴진스의 노래 가사처럼 누구나 관심을 원한다. 심지어 식물도 관심을 소홀히 하면 어느새 이파리가 누렇게 변하거나 시들시들해진다. 물론 관심도 과하면 독이 되니, 건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아이에게는 관심을 얼마나 기울여야 할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송이가 유독 외할머니를 더 따르며 좋아하는 걸 보면 힌트가 보인다. 장모님은 늘 손뼉 치며 높은 음색의 목소리로 일일이 반응해주신다. 이제는 장모님이 그렇게 반응하신 맥락을 이해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내가 어릴 적 고모도 비슷했다. 자주 손뼉 치며 나를 칭찬해주고 격려하며 지지해주셨지. 그 기억이 내 정서의 든든한 기반이 된 걸 보면, 부족한 것보다는 과할 정도로 넘치는 게 나은 것 같다.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본질육아》의 저자 지나영도 아이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조건 없는 사랑. 둘째, 절대적인 존재 가치다.

그날 저녁, 송이를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웠다. “요즘 아빠가 뜸했지? 부산에서는 우리 눈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붙어 있으며 어느 때보다 진한 시간을 보냈는데. 더 자주 표현할게. 사랑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근새근 잠들었다.

Fathers' Update

지난 레터(46화 건전지는 죄가 없다)에 보내주신 답장들을 소개할게요. 고맙습니다.

💬 폭풍 같은 어린이집 방학 기간을 보내느라 연말연시 안부 연락들에 답장 한 줄 못한 채로 월요일을 맞이해버렸네요. 새해 기분은커녕, 다 해내지 못한 집안일을 해야 할지 내일 출근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인, 급속충전이 필요한 밤입니다. (쨘튼튼)

💬 건전지 교환.. 폭풍공감^^ 저도 건전지를 교체해 주면 좋겠네요. (JPark)

💬 저희 집 27개월 꼬맹이에게 많은 산타가 다녀갔어요.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가족들 마음이겠지요? 산타 할머니, 산타 할아버지, 산타 이모, 산타 왕할머니, 산타 이모할머니, 산타 삼촌, 산타 옆집 이모… 진짜 산타 가족관계도 그려줄 뻔한 날이었네요(웃음).

아무튼 이만큼이나 선물을 받았는데 죄다 건전지를 넣어야만 작동하는 장난감이었어요. 모든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니 건전지 구급함이 바닥을 보이더군요. 건전지 구급함에 종류별로 각 10개씩은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는데 이날 구급함에 건전지가 2~3개씩만 남았거든요. 요즘 장난감은 왜 건전지를 별도로 판매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해요. 그날 밤 육퇴를 하고 구급함을 채워줄 건전지 쇼핑을 했던 터라, 이번 이야기에 매우 공감했어요. (싸고갯수많은건전지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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